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08 실버 취업박람회’에 나온 노인들이 취업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서울 장위동의 박모 할머니는 그동안 아들 내외와 살았다. 하지만 박모 할머니의 의료비 때문에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고, 할머니는 혼자 나와 살게 됐다. 그동안 박 할머니의 병원비는 출가한 딸이 지원해줬지만, 이마저도 딸과 시댁의 갈등으로 몇 년째 연락이 끊긴 상태다. 박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신청을 했지만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모 할머니는 신장 장애2급으로 월세보증금도 본인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대출받고 있다. 다행히 박모 할머니는 성북구의 ‘저소득틈새계층 특별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매월 일정액을 지원받고 있다.
60세 이상 치매검진·개안수술 박모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지만, 틈새계층 특별지원을 받아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 요즘 정부와 지자체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노인을 위한 여러 가지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제도 중 눈에 띄는 것은 치매 조기 검진사업이다. 60세 이상 모든 노령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저소득층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각 지자체의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60세 이상 기초생활보장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노인을 위해서는 노인 안검진 및 개안수술을 ‘한국실명예방재단’(02-718-1102)에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7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노인뿐 아니라 치매를 앓고 있는 가족들에게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 및 치매, 파킨슨병 등의 노인성 질병을 앓고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3등급으로 나뉘어 시설이나 집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시설을 이용하면 장기요양 급여 비용의 20%를 본인이 부담하고, 집에서 치료를 받으면 비용의 15%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비용을 면제받고, 차상위계층이나 의료급여 수급자는 본인 부담금의 50%를 감면받는다.
하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차상위계층이나 저소득층 노인은 여러 사회복지 관련 시설 등을 통해 무료로 치료를 받았는데, 본인 부담금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 것. 또한 요양시설 간에 서비스와 시설의 차이가 생기고, 요양보호사를 교육하는 예산이 적어서 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요양보호사는 임금은 적은데, 일은 힘들어서 일손이 모자라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10월 6일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참여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등의 단체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공공성을 강화하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밖에 노인을 위한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기초노령연금이다. 65세 이상의 노인 중 소득과 재산에 따라 매달 8만4000~2만 원(1인가구 기준)을 받는데, 2009년 4월부터는 8만7000~2만 원으로 약간 늘어났다. 과거 노인에게 지급했던 경로연금은 기초노령연금으로 통합됐다.
서울 구기동의 한 양로원에서 생활하는 노인이 방 안에서 쓸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문석 기자>
하지만 일을 하고 있는 노인들은 수익이 있어 기초노령연금 혜택에서 제외된다. 또 기초생활보장수급 노인이라도 기초노령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초생활수급자 급여와 기초노령연금을 소득으로 합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기초노령연금과 담당자는 “노인 한 분이 기초노령연금을 받으려면 매달 수익이 40만 원 이내가 되어야 하는데, 기초생활수급 급여와 기초노령연금을 모두 받으면 40만 원을 초과한다”면서 “그래서 내년부터는 수익한도를 68만 원으로 올리는데, 그러면 기초생활수급자도 기초노령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저소득층 노인에게 매달 4만~5만 원을 주던 경로연금이 기초노령연금으로 통합되면서 기초노령연금 때문에 급여액이 줄어드는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저소득층 노인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아동 안전지킴이·급식 도우미도 그리고 지자체에서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3개월마다 3만6000원의 교통비를 지급했는데 이것마저 내년에는 폐지된다. 강원도청의 한 담당자는 “교통비 폐지에 대해서 반발이 많았지만 예산 문제로 어쩔 수 없다”면서 “복지부에서 예산 부족으로 노인에 관한 다른 사업의 확대를 자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종부세 폐지로 지자체 복지사업이 축소되고 있다는 단적인 사례다.
무엇보다 노인들이 가장 원하는 노후 대책은 ‘일자리 창출’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펴낸 <소비자태도조사>(2007년 11월)를 보면, ‘노후 대비를 위하여 가장 필요한 정부정책’ 설문 조사 결과 1위는 ▲노인층의 일자리 창출(53.3%)이고 ▲정년 보장 및 연장(13%) ▲연금제도 확충(12.7%) ▲실버타운 확충(9.6%)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대한노인회 등이 노인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복지부는 노인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60세 이상 노인에게 아동안전지킴이,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노-노케어(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일자리), 도서관사서 도우미 등의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일은 주 2~3일(하루 3~4시간 근무)을 하고 매월 20만 원 정도의 금액을 받는다. 하지만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참여할 수 없다. 2007년에는 11만7000여 일자리가 생겼고, 2008년에는 15만여 일자리를 이용했다. 따라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닌 65세 이상 노인은 가까운 동사무소에 가서 신청하면 된다.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 담당자는 “보건복지부의 노인 일자리는 생계 유지보다 사회 참여를 통해 건강과 자존감을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 일자리 확충을 지원하는 예산도 2008년 833억2800만 원에서 2009년 1078억2600만 원으로 증액했다. 2009년에는 공공 분야에서 12만8000개, 민간 분야에서는 2만2000개 일자리 기회를 확보했다.
노인복지법 제23조(노인사회참여 지원)에 따라 대한노인회에서도 취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한노인회취업지원센터 250개소에서 실버 박람회 등 노인 일자리를 소개하고 있으니 이를 이용하면 의외로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